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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뮤영본 오타쿠가 다녀온 몽중식 [영웅본색] 테마 후기

**여러가지로 시국과 관련하여 드리고 싶은 말씀**


이 시국에 사실 외식 후기를 쓰기가 많이 조심스럽습니다.

너무 즐겁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기에 꼭 한 번쯤 가보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매일 매일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만큼, 철저한 생활방역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원래 불가피한 외식이 예정되어 있었고, 꼭 해결해야 하는 일로 인해 외식 스케쥴이 잡히기 전에는 저 또한 불가피하지 않은 외식은 자제하기 위해서 몽중식 예약을 취소한 상태였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평소에도 외부에서 식사를 불가피하게 해결하고 있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조금 고민이 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다행히 몽중식에서는 자리마다 아크릴 판 설치 (이전에 정부 주최 행사에서도 보았던 형태였습니다), 사장님 및 직원분들의 마스크 착용, 마스크 봉투 제공, 체온측정, 손소독제 제공 등 최대한 노력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다른 손님분들도 서로 크게 대화하시는 일 없이 서로 협력해주시는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에 그나마 조금이라도 안심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교통 이용이 불가피한 거리에 계시는 분들은 많이 걱정이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 또한 점점 확진자수가 너무나도 급증하는 만큼, 추천후기임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더욱 추천하고 싶습니다. 
영웅본색 테마는 비록 12/31에 끝나지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소녀, 첨밀밀 등 새로운 테마가 기다린다고 하니까요. 

물론 언젠가 멀리 계시는 분들도 맘놓고 방문할 수 있는 시기 언젠가, 몽중식 측이 꼭 한 번 더 영웅본색 테마를 진행해주면 너무 기쁠 것 같습니다. 그 때는 함께 친구를 위하여, 형제를 위하여 라는 구호 또한 외칠 수 있었으면 합니다. 

 

 

 

1. 언제나처럼 안 읽어도 되는 본문보다 긴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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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걸 보시는 분은 비록 제가 지금은 이탈리아 마피아들에게 잠시 혼이 빼앗겼지만, 지난 1년간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영본 내놓으라고 난리를 쳤던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다시한번 나를 떠나지 않아줘서 다들 고맙고...정말 의리 넘치는 칭구들...사랑합니다... 

 

여하튼 다들 내가 홍콩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곳이 있으면 미친듯이 올리면서 여길 가자고 한 것도 잘 알고 있을텐데, 아마 그 중에서 조금더 자주 등장했던 곳 중 하나가 이 곳 몽중식이다. 3월이었던가? 화양연화 테마를 진행하실 때쯤, 앞으로 하실 테마에 #영웅본색 이 있다는 말 하나에만 매달려서 영본을 존버해왔으나 영본테마가 오는게 아니라 코로나만 잔뜩 몰려왔던 것입니다 8ㅁ8 

그 사이에 아*몬*터, 천*지구, *산분* 오후*콩 등 영웅본색과 조금이라도 느낌적인 느낌이라도 비슷한 곳은 다 몰려다녔지만 이렇게 영.웅.본.색. 느낌이 뙇 하고 나는 곳은 없어서 광광 울던차에 몽중식이 드디어! 영웅본색 테마를 한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임. 

하지만 몽중식은 식스센스에 출연하여...예약잡기가 티케팅보다도 빡셌고...나름 잔뼈가 굵은 연뮤덕 12명이 출동했는데도 불구하고 2명만 잡아오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뭔 이런일이..? 

 

여하튼 결론적으로 이런저런일이 많았으나 예약과 취소를 한 세번쯤 한 뒤에...(사유: 매일매일 급증하는 코로나 확진자 수) 나는 내가 1년가까이 고대하던 몽중식 영웅본색을 못간다는 상실감에 빠져 침대에 널부러져 있었다. 그러던 중 급하게 코로나로 인해 개인적인 일이 꼬여버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불가피한 식사약속을 잡았어야 했다. (대충 설명하자면, 사태가 더 커지기 전에 급하게 물건을 전달해야 하는 종류의 일이었다. 이 부분마저 약간 영본스럽긴했다.) 이시국에 어차피 외출을 해야 하고, 어차피 외식을 해야한다면...어...그렇다면....?상대방과 만나기로 한 약속시간은 토요일 12시~1시쯤. 가운데 위치가...어...연남동...? 몽중식이 연남동에 있었는데. 그런데 자리가..있나? 주말은 매진이라고했...어? 토요일 12시 2인 예약 가능. 어...?

 

나의 사회적 체면이 나를 뜯어말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결국 나의 오타쿠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채팅창에 써내려갔다. 

 

"**님. 그...혹시, 토요일 만남 말인데요....몽중식이란 곳이 있어요...."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몽중식 행이 결정된 것이다. 

 

 

2. 메뉴 소개 

 

몽중식에는 총 4가지 코스가 있다. 

런치, 스페셜런치(=코스 A), 코스 B, 코스 C.

사실 나는 모든 메뉴를 시도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코스 C가 정말 탐이 났으나, 점심이었기 때문에 스페셜 런치를 고르게 되었다. 사실 점심식사로 4.0을 쓴다는 것은 조금 망설여지는 면이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1. 스페셜 런치만으로도 너무너무 배가 불렀고 (지금 이 글을 쓰는 저녁 9시까지도 배가 안꺼졌음) 2. 그렇다고 런치를 먹기엔 내가 와...했던 메뉴들이 모두 스페셜런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아래는 스포(?)가 싫으신 분들은 열람을 권하지 않습니다. 

 

 

0. 입장

오늘의 캐슷보드 

 

역시 늙은 호랑이 두마리를 깔고 앉아먹게됩니다. 자호형..!
돈가방. 

 

우선 들어갈때부터 여러가지로 과몰입을 할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좌석배치도로 새심하게 신경써주셨고, 아크릴 판으로 각 일행사이를 가려놓아 마스크를 벗을 수 밖에 없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맘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자리 위에는 돈가방이 하나씩 올려져 있었는데, 이걸 보면 또 과몰입 오타쿠는 돈가방..money! 아 이 곡이 아니지. 다음 곡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혹시나 뮤지컬을 안 본 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다음 곡은 영웅본색 영화 원작의 Mark's theme 을 따와 만들어진 뮤지컬 영웅본색의 Legend of the Night 이라는 오프닝 넘버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RJu7AHwEy4 

 

 

내가 먹은 메뉴는 다음과 같으나, 사실 나는 영화 영웅본색도 좋아하지만 뮤지컬 영웅본색의 엄청난 팬이다. ( 이 뮤지컬은 역병으로 인해 조기폐막당했습니다 ㅠㅠ) 그러다보니 뮤지컬 영웅본색이 계속해서 생각나곤 했다. 따라서 위 메뉴의 이름도 멋지지만, 내가 생각했던 각 메뉴와 어울리는 뮤지컬 영웅본색 넘버들과 매칭시켜서 후기를 써보도록 하겠다. 사실 몽중식 후기는...이글 보다는 다른분들 후기를 보는것이 더 자세할 것이다. 

 

코스 1. 공동도과 (뜨거운 의리, 끈끈한 형제애) 

박제가 없어서 장국영 원본으로 대체합니다...눈물. 

 

https://www.youtube.com/watch?v=aXv5sg2HceM

끈끈한 의리를 상징하는 맛이라고 했는데 사실 끈적함이 그렇게 강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다. 적당한 중국식 계란국 느낌? 그것보다 안의 건더기들이 굉장히 맛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너무 배가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매우 깔끔 무난한 느낌이었다. 

 

이부분은 마치 공동도과를 생각나게 했는데, 사실 저녁타임에 갔다면 위스키를 마시는 장면을 상징하는 요리가 있어서 더욱 더 그랬을 것이지만 아쉽게도 나는 점심타임이었기 때문이다. 공동도과의 가사 중에서 '별 건 아니지만, 이 노래를 불러줄게, 넌 나의 가슴에, 영원히 살아있어' 라는 부분을 매우 좋아하는데, 그 가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2. 대만 + Revenge (한 번 나쁜 물이 들면 돌이킬 수 없는 법) 
대만 넘버는 아예 박제가 없다 (눙물) 대신 revenge 를 첨부한다. 마크가 아성에게 린치를 당하는 씬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bGq6bWwqyVA

 

피로물드는 대만, 자호의 흰 코트와 담성의 검은 정장이 어우러진 샐러드. 후에 담성은 이 흰 코트를 입고 나온다. 오우삼 감독의 흑백 대비는 뮤지컬에서도 그대로 쓰였는데, 이걸 제대로 보여주는 박제영상이 없다는게 아쉬울 뿐이다. 흑흑 쫄깃쫄깃하고 맛있었다. 역시 느와르라면 쫄깃한 분위기여야 하는거 아닐까. 밑에 깔린것은 감자채인데, 양파인줄 알았지 뭐야.

 

 

3. 하늘처럼 (반성의 시간) 

https://www.youtube.com/watch?v=kBvfxa4_9Ig

감옥에 간 자호와 (마크 아성...) 같은 느낌의 음식이다. 저 박스가 바로 감옥을 상징하는 것이다. 완자, 새우, 부추 만두인데 매우 맛있고 깔끔한 느낌이었다. 이부분에선 역시 뮤영본의 하늘처럼이라는 가사가 생각날 수 밖에 없었는데, 감옥에 간 송자호가 동생들을 그리면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는 결국 (세상에) 먹히고 마는데...

 

4. Counting On You (마크의 복수) 

 

그 유명한 풍림각 장면이다. 

일단 https://www.youtube.com/watch?v=qc8AJIhqDVg

뮤지컬 장면부터 구경하고 가시겠습니다...눙물... 

 

 

저기달린것은 마크의 다리가 아니고..! 문어의 다리처럼 잘려도 계속 살아나는 마크 리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철로 된 보형물과 빨간 토마토 소스는 매우...매우....(...) 

하지만 문어라고 생각하면 그냥 질긴 해산물인줄 알았던 내게 큰 깨달음을 준 요리기도 했다. 일단 문어와 토마토 소스가 이렇게 궁합이 좋은지도 몰랐고, 문어도 하나도 안 질기고 고소하고 매우 맛있었던 것이다. 물론 마크는 맛있

 

5.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사람이 바로 신이야

이부분은 뮤지컬 넘버가 없습니다...프레스콜이 1막 부분만 거의 나오기 때문임. 하지만 이 부분도 뮤지컬에서 보면 아주...아주 멋있거든요. 

요리는 치킨 덮밥 같은 것인데 영웅본색에 등장하는 거의 유일한 식사이기도 하고 (마크가 주차장에서 먹는 도시락), 이 요리를 다른 말로는 사자두라고도 하는데 말그대로 사자의 머리라는 뜻이다. 

그런데 아시나요...? 뮤지컬 영웅본색에서 마크 리를 맡은 박민성 배우님의 별명이 아기사자라는 것을..?

그래서 팬덤에선 마크 리를 종종 사자로 비유하기도 하며, 물론 뮤지컬이 아니더라도 마크 리는 사자 그 자체이다. 송자호가 좀 더 산신에 가까운 호랑이라면 (실제로 흑사회에선 우두머리를 산주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는 호랑이의 다른 별칭이기도 하다.) 마크 리는 제 무리를 지키는 용맹한 사냥꾼에 가깝다. 

 

6. 되돌아오는 보트

보이는가...저 새빨간 장면이. 돌아오는 마크의 배이다. 

뮤지컬에서 마크의 배 장면 연출은 여러모로 호불호가 갈렸지만 (호옥시나 재연이 돌아올수있으니 스포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영웅본색 뮤지컬이든 영화든 이 장면이 명장면이라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화려했던 그들의 삶도 붉은 색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끝도. 

 

7. ....너와 함께. 

 

영웅본색의 상징. 수갑. 뮤지컬 영웅본색 또한 이 장면을 포스터에 활용했다. 

 

술을 못마신게 못내 아쉽긴 했으나, 낮 타임이라 조금 애매했던 거 같다. 조금 도수가 낮은 칵테일도 있었으면 좋았을거같은...! 혹은 무도수 칵테일이라던가? 사실 술이 땡겼다기보다는 사장님 뒤로 보이는 잔들이 너무 예뻐보였기 때문에...ㅠㅠ ㅋㅋㅋ 

 

나는 아래와 같은것들을 계속 제작해올 정도로 영웅본색의 과몰입 팬이고, 지갑에는 지폐는 없어도 100불은 넣어다닌다. (사장님께서 이걸 보고 한참을 웃으셨다. 이걸 구매하시고 싶었는데, 잘못 구매해서 미니미니한 사이즈의 티슈를 사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기회가 마련된 것이 너무나도 기뻤고, 한편으로는 이 시국이라 다른 영본러들과 함께 하지 못해서 너무너무 아쉬웠다. 다른 손님들과 대화도 하고, 사장님과도 좀 더 깊게 대화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이 시국이라 식사중에는 대화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다들 조용조용히 드시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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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그 티슈). 사장님이 기념으로 성냥과 함께 주셨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하지...언젠가 꼭 몽중식 영웅본색도, 뮤지컬 영웅본색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사장님이 궁금해하셨던 영상을 잠시 첨부하고 갑니다. 

 

(사람이 참...철없어보이는군요 죄송합니다....영상만 저렇지 옆에 물그릇 두고 이것저것 장치 다 해놓고 사전연습도 다 해보고 찍은겁니다)